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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 타임즈

KOREA, MAY~JUNE 2022

여유(餘裕)에 진심인 나라가 휴식(休息)에 대처하는 방법

쉬는 날에도 자꾸 무언가를 해야 하고, 삶의 모든 시간이 업무의 영감이 되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당신에게 휴식에 관한 세계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한다. 이제부터 ‘지금도 충분히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욱 강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라는 유행어가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요즘 트렌드니까!

스페인, 시에스타
“졸리니까 낮잠 자고 합시다”

시에스타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 국가와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서 행해지고 있는 낮잠 자는 문화를 뜻한다. 스페인어로 '시에스타'는 '여섯 번째 시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Hora sexta'에서 유래된 단어라고 한다. 한낮의 무더위로 업무의 능률이 오르지 않자 가장 무더운 낮 시간인 2시에서 3시까지 낮잠을 자는 시간을 정해 원기를 회복하고 업무의 능률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국, 멍때리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한국의 ‘멍 때리기’는 흔히 정신이 나간 것처럼 한눈을 팔거나 넋을 잃은 상태를 말하는 신조어다. 과거에는 멍하게 있는 것 이 비생산적이고 시간을 죽이는 것이라는 시각 때문에 다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혼잡함, 압박감,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현대사회에서 ‘멍 때리기’는 한국인들의 필수 시간이자, 전세계인들의 웰빙 트렌드로 발전하고 있다. ‘멍 때리기’는 그저 허공을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멀리한 채 의미 있는 휴식이 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시간을투자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최근엔 ‘멍 때리기(Hitting Mu ng)’를 주제로 한 광고 콘텐츠가 1주일 만에 누적 조회수 800만 회를 훌쩍 넘기며 인기를 몰고 있다. ‘멍’은 무의식적인 편안함을 느끼는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디지털 아트(Digital Art) 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멍 때릴 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까지 있다. 하루 종일 끊임없이 뇌를 통해 무언가를 하기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깐의 멍 때리기가 절실한 셈이다

네덜란드, 닉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기”

닉센은 전 세계를 장악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것'을 지향하는 네덜란드의 웰빙 트렌드다. 과거 휘게는 벽난로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아늑함을 탐색하는 것이었고 라곰은 바쁜 일상 안에서 '너무 많 지 않음'과 '너무 적지 않음' 사이의 여유로움을 지향하는 것을 의미했다면 닉센은 완전히 느린 삶을 추구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하지 않기 위해 의식적인 시간을 갖는 것을 의 미한다. 닉센은 말 그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일상의 업무와 사교모임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게으름을 허락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생각이나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닉센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다.

스웨덴, 피카
“우리 피카 하러 갈래?”

스웨덴에서 피카(Fika)는 커피 마시는 시간을 뜻한다. 한 마디로 커피를 가족, 친구, 애인, 동료와 마시며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것을 피카라고 한다. 사실 커피 마시는 게 뭐 그렇게 특별할까 싶지만 스웨덴에서 피카는 단순히 커피 마시는 시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사회적 연대이자 본인 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키는 문화라고 할까. 스웨덴의 업무의 효율성과 인간 관계의 중심에는 피카가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피카는 스웨덴만의 특별한 시간이다. 스웨덴의 회사 에는 다과룸과 비슷한, 커피를 앉아서 마실 수 있는 피카룸을 따로 갖추고 있다. 보통 자연스럽게 ‘피카 하러 갈래?’라고 물으며 피카를 하기도 하지만, 직장에서는 피카하는 시간을 정 해놓고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핀란드, 카흐비타우코
“법적으로 규정한 업무 중 휴식시간"

북유럽사람들은 왜 매일 매일 행복하다고 말할까? 이러한 궁금증에 대답해주는 핀란드의 법이 있다. 바로 법적으로 커 피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카흐비타우코(kahvitauko)"이다. 통상적으로는 4시간 이상 근무 시 1회 휴식을 가져야 하고, 6시간 이상 근무 시 2회의 커피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법 으로 규정해 놓은 것이다. 한 번 휴식을 취할 땐 30분 내외의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