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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 타임즈

KOREA, MAY~JUNE 2026

덜어내며 완성하는 균형의 감각
노진성 셰프

노진성 셰프의 요리는 덜어낼수록 선명해진다. 그의 요리에는 시선을 가로채는 화려한 장식 대신 최적의 균형을 찾기 위해 끝없이 덜어내고 다듬어온 집요한 감각이 자리한다. 그 감각은 설명보다 먼저 맛으로 전달된다. 노진성 셰프가 이끄는 ‘꼴라쥬'의 미쉐린 1스타는 화려한 기술의 결과라기보다, 그가 지켜온 조용한 기준들이 쌓여 만들어진 당연한 결과에 가깝다. 그에게 요리는 접시 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머무는 시간, 그리고 떠난 뒤의 기억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레스토랑은 한 문장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레스토랑은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라, 명확한 관점으로 설계된 하나의 메시지다. 노진성 셰프는 단순한 맛을 뛰어넘어 공간에 머무는 찰나의 공기까지 자신의 철학으로 채워 넣는다. 이제 그의 요리는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흔들리지 않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꼴라쥬(Collage)는 서로 다른 종이를 붙여 새로운 그림을 만드는 기법이다. 그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예상치 못한 조화를 만들어낸다.

“가리비에 바닐라나 생강 같은 걸 더해보는 거죠. 꼴라쥬는 그런 시도를 하는 곳이에요. 조합은 자유롭게 가져가지만, 결국에는 꼭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별은 훈장이 아니라 증명이다. 익숙한 맛의 경계를 낯선 방향으로 밀어붙이면서도, 결국 가장 편안한 맛으로 손님을 설득해내는 그 집요한 논리에 대한 기록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료 간의 조화,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신뢰입니다.” 그의 주방에서 요리는 개인의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팀이 함께 완성하는 ‘합’이다. 식재료의 호흡을 맞추듯 동료들과 마음을 맞추는 과정인 것처럼, 그는 요리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온기를 나누는 가장 세련된 행위라고 믿는다. 화려함이 걷힌 자리에 남는 것은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과 한결같은 맛이다. 그는 매일 그 보이지 않는 균형을 지키기 위해 주방의 시간을 설계한다. 그가 만들고 싶은 식사는 의외로 단순하다.

“편안하지만, 문득 다시 떠오르는 식사였으면 합니다.” 강렬한 자극보다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험, 부담 없이 즐기다 문득 다시 생각나는 순간이다. 그는 더 간결한 균형을 찾기 위해 오늘도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낸다. 덜어낼수록 선명해지는 것, 복잡함을 지나 마침내 마주하는 여백이다. 그가 쌓아온 시간은 무언가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남길지 결정해온 정제된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요리는 과하지 않으며, 그 여백 덕분에 마음속에 더 오래 기억된다. 그에게 ‘깊이’란, 덜어낸 끝에 남겨진 것들로 비로소 완성되는 균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