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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 타임즈

KOREA, MAY~JUNE 2026

불꽃으로 완성된 하나의 장르
임태훈 셰프

어떤 요리는 기술로 완성되지만, 어떤 요리는 시간으로 완성된다. 임태훈 셰프의 요리는 분명 후자에 가깝다. 그의 음식에는 정답을 외운 듯한 매끈함이 없다. 대신 불 앞에서 수없이 흔들리고 다시 중심을 잡아온 치열한 손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은 구구절절 설명되지 않는다. 오직 정직한 맛으로만 남을 뿐이다. 그에게 요리는 화려한 선택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철가방을 들고 가파른 골목을 누비던 시간의 진동은 몸에 새겨졌고, 결국 불을 다루는 집요한 방식으로 이어졌다. 같은 불과 같은 웍을 마주하며 견뎌온 20년의 시간. 그 반복은 단순한 숙련을 넘어 하나의 단단한 ‘결’을 만들었다. 이제 그의 요리는 중식이라는 장르로 갇히지 않는다. 그 자체로 ‘임태훈’이라는 독자적인 방식이 되었다. 익숙한 요리를 전혀 낯선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용기는 그가 재료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중식에서 보기 드문 ‘참외’ 같은 재료를 선택하기까지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솔직히 많이 고민했습니다. 이게 과연 어울릴까 싶어서요. 밤잠을 설칠 정도로 계속 테스트를 했습니다.”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어울릴까 고민하며 수천 번 테스트를 거치는 과정, 그 집요함은 평범한 식사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특별한 경험으로 바꿔 놓는다.

“저는 그것을 ‘결핍을 채우는 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요리는 누군가의 부족함을 채우고 무뎌진 감각을 깨운다. 과시하는 기술보다 사람에게 다가가는 진심이 먼저인 것. 차가운 완벽함 대신 마음이 먼저 느끼는 따뜻함을 택한 이유다. 화려함이 떠난 자리에 기분 좋은 여운과 위로가 남는다면 그것으로 그의 설계는 완성된다. 그가 마지막에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은 의외로 소박하고 담백하다.

“음식의 온도가 아니라 사람이 느끼는 마음의 온기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 따뜻하게 대접받았다는 기분 좋은 여운이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에게 ‘깊이’가 무엇인지 묻자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진심’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임태훈 셰프의 요리는 복잡하지 않다. 다만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을 뿐이다. 시간이 만든 방식과 반복이 만든 감각, 그리고 끝까지 붙들고 있는 태도. 그 모든 것이 겹쳐질 때 비로소 하나의 깊이가 완성된다. 그의 접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보이지 않는 깊이를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