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MAY~JUNE 2026

가장 순수한 형태의 발칙한 상상력
잭슨심
잭슨심은 단순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아티스트다. 순수미술이라 부르기엔 대중적이고, 팝아트라 부르기엔 개인적이다. 그는 그 경계 어딘가에 캔버스를 펼쳐두고, 익숙한 캐릭터와 즉흥적인 이미지, 그리고 자본주의의 욕망을 날것 그대로 올려놓는다. 관객은 웃다가 멈추고, 멈추다가 생각하게 된다. 그 ‘틈새’가 그의 작업이 가진 힘이다.

"캔버스는 언제나 저보다 먼저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그가 주워 담은 것들은 거창하지 않다. 어린 시절 열광했던 대중문화의 잔상, 아버지가 되어 처음 마주한 세계의 낯섦, 그리고 누구나 원하지만 쉽게 입 밖에 꺼내지 못하는 것들. 그 축적이 시리즈가 되었고, 그중 가장 많은 사람에게 닿은 건 ‘알파벳 카드’다. 캔버스 위에 반복적으로 새겨지는 기호 ‘RR - RICH & ROYAL’. 자본주의를 꼬집은 것이냐는 질문은 늘 따라붙는다. “비판하려 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예요. 우리는 그것을 간절히 원하기도 하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잖아요. 저는 그 솔직한 민낯을 그냥 캔버스 위에 올려뒀을 뿐입니다. 가장 가벼운 방식으로 가장 무거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생겨나는 그 묘한 유쾌함 - 그 틈새가 제가 작업으로 말하고 싶은 지점입니다.”
2022년 키아프 서울, 완판. 숫자만 놓고 보면 성공의 서사다. 하지만 그는 그 숫자보다 그 뒤에 있는 감각을 먼저 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 숫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는 순간 붓이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된다는 것도 안다. 트렌드를 좇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선언이 아니라 생존 방식에 가깝다. “2022년 키아프에서 완판이라는 결과를 얻었을 때,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신호에 참 기뻤고, 저의 작업을 좋아해주시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판매 숫자와 가격에 매몰되지 않고, 가장 나다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결국 가장 트렌디한 것이라고요.”

그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서 일이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캔버스 안에 시선이 머무는 자리마다 예기치 않은 발견을 심어두는 것, 관객이 그 앞에서 멈추고 걷고 또 멈추는 것. 그가 원하는 건 작품이 아니라 ‘지적인 산책로’다.
“아난티 이터널저니에서 전시 제안을 받았을 때 직감했어요. 갤러리의 흰 벽보다, 소품과 책과 옷이 어우러진 일상의 공간에 작품이 스며들 때 오히려 더 솔직하게 빛난다는 걸. 작업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그곳에 머물다 보면, 공간만이 아니라 그 공간을 향유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무언가를 얻습니다. 저에게 아난티는 영감이 자연스럽게 고이는 장소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