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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 타임즈

KOREA, MAY~JUNE 2026

고요한 오브제에 스며든, 가장 희망적인 감정
송태석

송태석의 작업을 처음 마주하면 잠깐 멈추게 된다. 조선 백자의 단아한 곡선 위에 노란 스마일 하나. 충돌할 것 같은 두 감각이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럽게 앉아 있다. 전통과 키치, 절제와 유쾌함 - 그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자신의 작업을 놓아두고, 관람자의 마음이 먼저 반응하도록 기다린다.

“모든 것은 망친 도자기 하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늦은 밤, 작업실에 홀로 남아 지친 손을 내려다보던 순간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조선 백자, 그중에서도 달항아리가 지닌 순수한 여백과 절제의 미학을 쫓아왔습니다. 아름다운 작업이었지만, 체력도 마음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곁에 있던 망친 도자기에 무심코 스마일을 그려넣었습니다. ‘나도 이제 좀 행복해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하나를 담아서요.” 그렇게 스마일 달항아리가 태어났다. 노란 원형의 스마일 아이콘과 달항아리의 둥근 곡선 - 누군가 의도했다면 오히려 작위적으로 보였을 조합이,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서 출발했기에 오히려 보편적인 언어가 되었다. “막상 완성하고 나니, 제 마음부터가 환하게 밝아지더군요. 신기하게도 그 작업을 기점으로 삶의 많은 일들이 긍정적으로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그린 작은 미소 하나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이터널저니의 빅북 앞, 세계 각국의 언어로 새겨진 ‘스마일’이라는 단어들 사이에 그의 달항아리가 놓였다. 가장 개인적인 감정에서 출발한 작업이, 언어의 경계를 넘어 가장 보편적인 자리에 닿은 순간이었다.

“스마일’은 ‘러브’나 ‘가족’처럼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는 단어입니다. 어떤 언어로 발음하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가에 미소를 띱니다. 그 광경을 보며 확신했습니다. 제가 빚어낸 미소 또한 문자 너머의 또 다른 언어라는 것을.” 그는 도예를 전공했지만 대학원 시절부터 회화를 병행해 왔다. 입체를 평면으로, 다시 평면을 입체로. 어떤 이들은 그의 작업들이 서로 이질적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아픔과 웃음, 절제와 유쾌함이 한 사람의 손에서 나온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 작가의 감정 스펙트럼이 만들어내는 조화다.

“어떤 이들은 제 작업들이 서로 이질적으로 보인다고도 합니다. 아픔과 웃음, 절제와 유쾌함이 한 사람의 손에서 나온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결국 한 작가의 감정 스펙트럼이기에 가능한 조화입니다. 저는 작품을 만들기 전에 언제나 공간을 먼저 상상합니다. 회화와 도자기가 그 공간 속에서 어떻게 서로를 비추며 어우러질지를. 공간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작품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제 작업의 출발점입니다.” 아난티는 그가 아직 방문하지 못한 곳이다. 그러나 아난티를 바라볼 때, 그는 그곳이 단순한 리조트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아난티는 아직 직접 발을 디뎌보지 못한 곳입니다. 그러나 공간을 빚는 사람의 눈으로 사진과 영상 속 아난티를 바라볼 때면, 그곳이 단순한 리조트가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인위적이지 않은 조경과 천혜의 자연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곳. 제가 전시 공간을 유기적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아난티 또한 자연과 건축, 그 속의 휴식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곳입니다. 그 공간에서 제 스마일 달항아리가 누군가와 마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이미 기분이 좋아집니다.”

망친 도자기에서 시작된 미소가, 이제는 공간을 건너 사람에게 닿는다. 처음엔 그냥 웃음이 나고, 다시 보면 따뜻해지고, 오래 두면 비로소 무언가를 말을 걸어오는 작품. 아난티가 머무는 사람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자신을 열어 보이는 공간인 것처럼 - 송태석의 미소도 서두르지 않는다. 깊은 것은 늘 그렇다. 한 번에 다 주지 않고, 곁에 둔 시간만큼만 조금씩 더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