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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 타임즈

KOREA, MAY~JUNE 2023

Eternal Journey

The BIRD is GOD. 영화 리플리에서 리플리(맷 데이먼)는 디키(주드로)가 애정하는 재즈 아티스트 찰리 파커의 ‘BIRD’를 추겨 세우는 말을 던지며 단박에 디키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합니다. 리플리 뿐 아니라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상대의 관심을 얻기 위하여 가장 자주 취하는 전략이 바로 ‘같은 취향의 어필’이라는 건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취향이 같다는 건, 그만큼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위해 취향을 바꾼다는 건 쉬운 일일까요?

취미가 취미입니다.
도대체 취미가 뭐길래?

세계적인 음악 공유 사이트인 스포티파이를 분석한 한 자료에 의하면 사람은 평균 나이 33세가 되면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또 연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많은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인간은 비교적 어린 나이, 즉 평균 10세에서 14세 사이에 음악에 대한 취향이 결정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어릴 적 호불호가 형성되기 이전에 클래식 음악을 자주 접했거나 재즈를 자주 들었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그 음악을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분야의 선구자로 꼽히는 피에르 브루디외는 음악은 물론 예술, 문학, 음식, 컬러 등 다양한 분야의 취향을 대상으로 70년대 프랑스 전역에서 대대적인 실험을 감행했습니다. 그는 이 실험의 결과를 <구별짓기>라는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냈는데, 이 책을 보면 결국 취향은 개인의 선택 이전에 사회적 결과물이라는 맥락을 읽을 수 있습니다. 칸트가 말하던 순수미학과는 차이가 있죠. 하지만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고,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외부의 자극을 받고 있고, 끊임없이 흔들리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나의 취향은 결국 고정되지 않은 변화의 어느 한 지점입니다. 취향은 그 자체로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취향은 그 어느 때보다 정의되기를, 표현되기를 강요 받고 있습니다. 당신도 모두가 자신의 취향을 말하는 취향의 전성시대에 피로감을 느끼고 계시지는 않은가요?

나 빼고 세상 다 힙해
취향의 전성시대, 취향을 강요하는 힙스터 바람

젊은 사람들에게 취향이 좋다는 것과는 동일시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최전선의 취향을 향유하는 이들을 일컫는 힙스터가 바로 그것입니다. 신조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닙니다. 힙스터의 어원은 194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재즈의 한 장르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비주류에 속했던 이 장르를 좋아하고, 이들의 문화였던 HOP(아편의 속어)을 즐기는 이들을 힙스터라 칭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이러한 비주류 문화를 깊이 즐긴 것 외에도 베트남 전쟁, 인간의 기계화 등 사회 정치적인 변화에도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지 지금 유행하고 좋아 보이는 것을 자신의 취향으로 하는 사람을 힙스터라 할 수 있을까요? 아니, 취향이 유행이 될 수 있을까요? 나 빼고 모두 세련되고 확고한 취향이 있는 것 같은 시대에 뒤쳐지지 않고 싶은 마음이 취향이라는 ‘상태의 동사’를 정의할 수 있는 ‘정지의 명사’로 만들어 버린 것 아닐까요? 취향은 스펙이 아닌데 말이죠.

취향이 스펙이 되어버린 세상, 질렸어!
그렇게 '이터널 저니'를 떠나다

MBTI가 유행입니다. 이 유행은 혈액형을 대체하며 꽤나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단정하여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너는 ENTP니까 이러이러할 것이 분명해. 너는 ISFP라 이런 성향이 있대. 인간은 대부분 이렇게 명확한 언어로 자신에 대하여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런 확증의 말이 범람하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확증하기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그리 단순한 것은 없습니다. 사실은 모두 잘 알고 있지요. 여행은 이렇듯 단순하지 않은 세상을 순간 단순하게 만들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마법 같은 시간입니다. 여행은 문제를 복잡하게 보이게 만드는 잡다한 것들을 모두 사라지게 만들고, 핵심을 직관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떠나왔기에 가능한 이 황홀한 순간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지금도 떠나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되고 싶은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다시 돌아가 리플리를 봅니다. 사실 리플리는 재즈보다 클래식한 오페라를 더 좋아했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 재즈를 취향으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신나는 재즈에 진심으로 취할 수 없었던 리플리는 점점 일그러져 가죠. 사실 그가 갈망했던 것은 재즈가 아니라 부유한 삶, 그 자체였으니까요. 단지 비싼 명품이라는 이유로 좋아하는 것은 허무한 일입니다. 취향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으니까요. 오래도록 금슬 좋은 부부가 서로 닮아가듯, 끌리는 것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져 서서히 나에게 스며드는 어떤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이 아난티를 선택한 이유가 단순히 고급 브랜드이기 때문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아난티가 고민해서 서비스하는 공간과 이야기가 당신의 취향이기를 바랍니다. 이터널저니에서 만나는 스토리가 당신의 일상을 여행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좋은 것들을 고민하며 취향을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아직, 당신의 취향에 이름을 지어주지 마세요. 원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것에는 이름이 필요 없으니까요.

지금, 아난티에 계시다고요?

여행의 순간에 아난티를 선택한 당신의 취향은 이미 아난티입니다. 아난티의 무엇이 당신의 취향인지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취향은 원래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니까요. 아마 그것은 객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 느꼈던 감정, 정원에서 바라본 풍경, 아침에 먹었던 한 잔의 샴페인과 마들렌일 수 있습니다. 취향은 이렇듯 종합적인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순한 유행이 아닌 진짜 취향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오래 보아도 좋은’ 것들을 하나 하나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취향은 말 그대로 끝나지 않는 여행, 이터널 저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