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JUL~SEP 2023
새로운 도시의 등장, 또 다른 문명의 탄생
BACK TO THE FUTURE, 미래여행기
지구는 초속 465m의 속도로 스스로 돈다. 그리고 동시에 초속 29km의 속도로 태양의 주변을 돌고 있다. 상상만 해도 아찔한 속도지만 2020년 슈퍼컴퓨터 Fugaku는 1초에 442조 번의 연산을 성공시키며 세계신기록을 새로 썼다. 바야흐로 인간의 속도가 자연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과학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시작된 이 거대한 변화가 조만간 임계점을 맞을 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기가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가? 그리고 또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정확한 뜻은 모르더라도 ‘맹점’이라는 단어는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맹점이란 망막 중 시신경이 없는 부분인데, 이 맹점을 통해 모든 시신경의 정보가 모아져 뇌로 전달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맹점에는 시신경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맺히지 않는다. 한마디로 아무것도 없는 검은 구멍에 정보가 모아져야 비로소 우리의 뇌가 사물을 인식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의 시야에는 늘 검은 구멍이 존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구멍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인간의 뇌가 맹점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예측과 상상으로 채워 넣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를 배운다. 또한 다양한 방향에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현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맹점처럼 존재한다. 과거에서 온 경험과 미래에 대한 기대로 채워지는 현재는 그 동시대성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아니, 잘 보지 않는다. 부동산 지표나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맥락상 어떻게 존재하는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움직이고 있는 현재를 읽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간다. 우리가 맹점의 존재를 모르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처럼, 현재를 제대로 알지 못하더라도 미래는 다가온다. 하지만 현재를 읽는다는 것은, 과거를 이해하는 것만큼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다. 결국 미래는 우리가 살게 될 현재가 될 테니까.
새로운 시대를 위한 문학적인 상상
무어의 법칙(Moore’s Law)에 따르면 디지털기술의 집적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은 2년마다 두 배가 된다. 하지만 무어의 법칙까지 가지 않더라도 21세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기술의 발전이 가속도를 올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기술 발전의 현기증 나는 속도는 지난 20년, 우리의 생활을 급변시켰다. 요즘 우리는 이제 정보의 습득보다 선별이 중요하며,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섰고, 줄어든 절대 노동시간에 따라 어떻게 쓸지 고민해야 할 잉여 시간이 늘어난 시대에 살고 있다. 문제는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고, 정보의 양이 너무나 방대하고, 자본과 시간에 따른 격차가 너무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늘 그렇듯, 너무 많은 건 좋지 않다. 산업시대 이후 나온 SF 작품들이 보여주고 있는 미래가 우울하고 비인간적인 것은 일종의 경고의 신호였다. 올더스 헉슬리(Oldus Huxley)는 ⋏멋진 신세계⋎ 외에도 미래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작품을 남겼는데, 기술 사회에서의 인간성과 자율성, 그리고 새로운 윤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지금의 우리의 고민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헉슬리 이후 100년이 지난 21세기의 SF는 어떨까? 지금 SF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환경, 인공지능, 그리고 가상현실이다. 무서운 것은 헉슬리의 상상이 현실이 되기 까지 100년이 걸렸다면, 지금 SF 작가들이 그리는 세상은 보다 가까이에 있을 것 같다는 예상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SF는 일종의 상상으로 채워진 미래의 맹점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미리 충격을 예상하고, 대비하고,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지 않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15분 도시부터 스마트 시티까지,
우리가 살고 싶은 미래를 위한 다양한 실험들
도시는 인간의 삶을 결정하고, 인간은 도시의 형태를 결정한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도시 차원에서의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우선 파리의 시장인 안 이달고(Anne Hidalgo)가 제안한 ‘15분 도시’ 개념은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더욱 매력적인 관점으로 회자되고 있다. ‘15분 도시’는 도보 또는 자전거를 이용하여 주거, 상업, 문화 등의 주요 시설에 말 그대로 15분 내에 도착하는 ‘휴먼스케일’ 도시를 지향한다. 미국 포틀랜드의 호주 멜버른의 ‘20분 도시’ 계획도 비슷한 개념이며, 얼마 전부터 한국도 서울을 ‘15분 도시’로 만드는 것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많은 것들이 디지털화되고 가상세계로 옮겨가는 시대에도 휴먼스케일이 주는 경제적, 심리적 안정성이 유효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찍이 첨단 기술 도입으로 도시개발에 적극적이었던 싱가포르도 이런 사례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단골 손님이다. 현재 싱가포르는 지능형 교통 시스템,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한 공공서비스, 에너지 효율성을 중점으로 하는 스마트 시티를 지향하고 있다. 적절한 디지털 기술 결합을 통해 도시의 효율성을 높이고 친환경적인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기술들이 장착된 건물이나 도로가 것들과 육안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보다 가볍고 스마트해진 기술력 때문에 우리는 이제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도 첨단의 기술을 일상에서 누릴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여러 목적으로 자율주행 교통체계를 추진하고 있는 도시들이 있다. 아일랜드의 더블린은 ‘스마트 더블린-모빌리티(Smart Dublin-Mobility)’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 버스는 물론 택시 서비스까지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자율주행 선두주자이다. 구글의 자회사인 자율주행 차량 서비스 웨이모(Waymo)는 현재 조금씩 영역을 확장하며 도시의 교통 지형을 바꾸고 있다. 미국의 피닉스 공항 지역, 캘리포니아의 산타클라라 등 아직은 몇 개의 도시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향후 20년 이내 많은 사람들이 운전에서 해방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서울도 2024년까지 자율주행 버스 시범 운영 도입을 발표한 바 있으니 그 결과를 곧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문명을 탄생시키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디에서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
많은 도시들의 공통적인 목적은 결국 인간적이고 건강한 삶을 가능하게 만드는 적절한 기술의 도입과 활용에 있다. 그리고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라고 치부됐을 다양한 기술들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곧 알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나온 이 시간들이, 미래에서 봤을 때 ‘또 다른 문명이 탄생했다’라고 표현이 될 시기였다는 것을.
앞서 설명한 세계 곳곳의 시도들을 이제 대한민국, 그것도 부산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거리 위에 자동차를 볼 수가 없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걸어서 10분이면 레스토랑부터 쇼핑 스트리트, 공원, 그리고 갤러리와 키즈 놀이터까지 접근이 가능하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다양한 센서들이 장착된 최첨단 시스템으로 도시의 불이 꺼지고 켜진다. 산과 바다에 둘러싸여 있지만 실내외 어디에서나 인터넷으로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이렇듯 빌라쥬 드 아난티에서는 조금 일찍 우리의 미래를 살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압축된 도시의 경험들이 사람들의 생각을 조금씩 바꾸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도시는 인간의 삶을 결정하고, 인간은 도시의 형태를 결정한다.” 빌라쥬 드 아난티를 기획하며,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 단순히 여행이 아니기를 바랐다. 이곳에서의 경험이 우리의 삶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살고 싶은 미래를 만들게 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상기시키기를 바랐다. 앞으로 만나게 될 빌라쥬 드 아난티에서 우리의 미래를 잠시나마 먼저 만나보시기를. 그리고 그 경험이 당신의 미래에 또 다시 꿈같이 반복되기를.